들어가며

준비 없이 갑작스레 맞닥뜨린 구조조정 이후 어느새 3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사내 구성원 중 30% 정도가 퇴직 절차를 밟게 되었고, 그 외에도 조직 구조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그 변화는 내게 좀 더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애정을 가지고 함께 키워나가던 신규서비스팀에서 다른 서비스팀으로 이동하게 된 것.

하루아침에 다루는 서비스와 협업하는 인원이 바뀐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가까이 지내던 분들이 대부분 퇴사하시게 되며 회사생활의 의욕도 다소 떨어졌다.

물론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지만, 좋은 동료도 이 회사의 복지다라고 생각하며 주변 분들과 즐겁게 회사 생활을 했던 터라 심리적 타격이 있었다.

부정적인 감정에 마냥 잠식되어 버리기 전 우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라는 생각을 하며 서서히 변화를 받아들여갔다. 그렇게 묵묵히 눈 앞에 닥친 것들을 해결해 나가다보니 시간이 흘렀고, 이렇게 관련된 생각을 글로 적어볼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달라진 것들

신규 서비스에서 legacy 베이스의 서비스로

현재 회사는 비교적 가벼운 신규 서비스 시설관리툴과 메인 서비스 인력관리툴, 이렇게 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런칭 2개월차에 합류해 여러 기능을 붙여가던 신규서비스의 개발이 잠정 중단되고, 프론트팀 인원이 정리되면서 메인 서비스팀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인력관리라는 개념이 워낙 방대하기에 해당 서비스는 기능의 범위가 방대하고 JSP 96%, React 4% 정도의 스택으로 이루어져있다.

스쿼드 체제 도입

이전에 소속되어 있던 팀은 독립적으로 신규 서비스를 운영 해나가는 소규모팀이었던지라 팀원들끼리 스프린트, 스크럼을 진행했는데 현재 서비스팀은 인원이 많아 기능별 스쿼드로 나뉘게 되었다.

구조조정 후 이제 막 도입된지라 아직 우당탕탕하는 면이 있고, 개발 인력에 비해 스쿼드의 수가 많아 동시에 소속되는 동료도 있는 등 아직 매주 조금씩 변동되며 구축되고 있다.

나는 서비스 기능 중에서도 가장 코어이자 legacy인 출퇴근, 그리고 근무지 관리 기능을 주로 담당하는 스쿼드에 배정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기획자, 서버 개발자와 합을 맞추게 되었고 이전엔 협업할 일이 없던 앱 개발자와도 한 스쿼드에서 함께 일하게 되었다.

얻은 것들

마냥 두렵지만은 않은 legacy

전체 프로젝트의 95%가 JSP로 이루어져 있지만 신규 개발은 React로 진행하고 있어 실제 업무는 모던 스택인 React로 하고있다.

프론트 기술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그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신규 개발을 모두 멈추고 마이그레이션에만 집중하는 것도 쉽지않다. 이건 대부분의 회사에서 가지고 있을 고민이라 생각하므로 legacy 스택이라 해서 무조건 거부감을 갖는 것보다 어떻게하면 마냥 멈춰있지않고 바퀴를 잘 갈아 끼울 수 있을까 를 팀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JSP에서 운영되고 있는 기능을 토대로 살을 붙이거나 개선해 React로 마이그레이션하는 것도 처음 해보는 경험이니 이 과정에서 JSP 화면에서 modal부터 React로 바꿔나가기 위해 window 객체를 활용해 메세지를 주고받는 등 두 스택을 버무리며 비즈니스 임팩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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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동료들과 익숙하지 않은 기능을 다뤄나가는 경험

다루게 된 서비스의 기능이 워낙 큰데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도 없다 보니 서비스 전반을 두루두루 다루는 것보단 특정 기능에 집중하는 스쿼드 체제가 부담을 덜어주었다.

매일 아침 데일리 스크럼을 하며 각자의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이때 기능과 관련된 작은 물음표도 모두 풀어낸다. 같은 기능을 다루더라도 앱 개발자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아는 것도 꽤나 도움이 되더라. (특히 지도를 다룰 때 안드로이드팀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또 스프린트가 끝나면 스쿼드 회고도 진행해 action item을 도입하고 있다. (스쿼드 일부 구성원끼리 구두로 협의한 사항은 슬랙 채널에 기록하기, API schema 회의하기 등)

이렇게 새로운 동료들과 스쿼드 안에서 합을 맞춰나가며 배우는 점들도 많고, 익숙하지 않은 기능을 개선해 나가는 경험도 소중한 챌린지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 챌린지

table을 주로 다루던 이전의 시설관리툴과는 성격이 다른 인력관리 서비스를 다루게 된 터라 기술적으로도 다루는 범위도 좀더 다양해졌다.

그중 한 예가 지도인데.. 출퇴근, 근무지 관리 기능엔 지도가 필수적이므로 최근 몇 주 동안은 지도와의 싸움을 하고 있다.

특정 조건에 따라 naverMap과 googleMap을 분기처리해 함께 사용하면서 제공 기능은 같아야 하니 적절하게 커스텀 기능들도 넣어주고, 공식문서를 참고해 hook도 만들어보고 (naverMap 공식문서는 왜 jQuery 뿐인가요..) , 이 와중에 재사용성도 놓칠 수 없으니 컴포넌트화도 신경쓰고 등등..

머리 아프긴 하지만 처음 해보다 보니 재미도 있고 업무의 범위가 좀 더 다양해짐에 감사하며 열심히 싸우고 있다(?)

마치며

최근 읽은 숫자사회라는 책에서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이란 말을 보았는데, 어디든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그곳이 곧 참되리라 라는 뜻이었다.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말.

물론 현 상황이 마냥 천국 같다는 건 아니다. 업무 환경과 커리어 관련으로 깊게 가지고 있는 고민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3개월간 지켜본 결과 어떤 상황에서든 마음먹기에 따라 배울 것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이 사실을 기억하고 또 기억하기. 그리고 현재에 감사하며 성실하게, 긍정적으로 일상을 꾸려나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