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023년 인프콘에 참석했을 때 진유림님의 팀플레이어 101: 팀의 성공을 위해 달리는 메이커 되기 세션을 들었었다. 세션은 청중에게 팀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몇가지 액션 아이템을 제안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는데, 내게는 그 중 하나인 동료들의 멋진 행동을 모아보고 나의 액션 아이템으로 만들기가 기억에 남았다.

그렇게 1년 정도가 지났고, 돌이켜보니 나도 모르게 동료분들의 멋진 행동을 남몰래 머릿속에 저장하고 나름대로 따라하고 있더라. 동료의 멋진 행동들을 동료평가의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적어낸 적은 있지만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내 공간에 기록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 적어보는 글. 딱 1년이 지났으니 정리하기 좋은 시점이다!

지시 대명사 줄이기 - 스쿼드 기획자님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업무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선 ‘알잘딱깔센’으로 두루뭉술한 내용도 센스있게 알아듣는 것보단, 최대한 정확한 전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중 하나로, 대화 참여자들이 모두 같은 화면을 보며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대화하는게 아니라면 지시대명사를 지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스쿼드 회의 중 기획자가 말하는 “여기에서”와 프론트엔드 개발자인 내가 생각하는 “여기에서”, 서버 개발자가 생각하는 “여기에서”가 모두 달라 혼선을 겪은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대화 중 “이게~”, “여기서~”, “거기서~” 등 지시대명사를 말을 들으면 그게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꼭 되물어보고있다. 이 확인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서로가 다르게 생각했던 부분도 여러 번 짚어낸 적 있기에 의미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몇 개월 전, 스쿼드 기획자님과 팀의 신규입사자분께서 앞으로 지시 대명사를 더 줄여야겠다고 이야기하시는 것을 듣고 다른 관점에서의 의문을 가지게 됐다. 이제껏 상대방의 지시 대명사에 열심히 질문을 했다면, 정작 나는 지시 대명사를 최소화해서 소통해왔나? 솔직히 Yes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었다.

상대방의 말을 되물어보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말하거나 글을 쓸 때도 지시대명사를 줄여 더 정확하게 의사소통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반성을..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것들

말과 글 측면에서 모두 지시 대명사를 줄여나가려고 나름의 노력들을 하고 있다.

글은 확인/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에 속으로 한 번 읽어보며 그 의미가 정확한지, 불필요한 지시대명사가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수정한다.

말을 할 땐 명사를 최대한 세세하게 묘사하려 한다. 예를 들어 ~페이지의 ~탭 ~항목 , ~를 클릭하면 나오는 ~모달 처럼 해당 명사가 가진 특징을 곁들여 전달하려 한다. 하지만 아직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럴 경우엔 여기 (먼저튀어나온 지시대명사) , 그러니까 ## (뒷수습) 식으로 최대한 빠르게 정정한다.

끝까지 듣기 - 팀의 시니어 개발자님으로부터

팀의 시니어 개발자님은 누가 어떤 얘기를 하든 일단 끝까지 경청하신다. 팀원들이 대부분 주니어라 본인 입장에선 저거 아닌데? 싶을 때도 종종(어쩌면 자주..ㅎㅎ😇) 있었을텐데 우선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온전히 듣고 내용을 파악한 다음, 질문이든 답변이든 본인의 이야기를 하신다는게 인상깊었다.

끝까지 듣기.. 말만 들으면 굉장히 쉬워보이지만 “아니 근데-”가 익숙한 한국인들에겐 생각보다 어렵다.

말하는 도중 “근데 그거 아닌데?”라고 말이 끊기게 되면 순간적으로 주눅들게 되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같은 상대에게 말을 할 때 ‘내 말이 틀려서 중간에 끊기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 말 하면서도 눈치를 보게되는 경험..한 번쯤 있지 않나요.. 덕분에 회의시간에도, 1:1로 대화할 때도 내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할 때 끝까지 들어주실거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말한 내용에 오류가 있거나, 의견에 반기가 올라오는 건 건강한 대화를 위한 그 다음 단계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것들

나와 대화하는 상대방도 심리적 안정감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요즈음은 끝까지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꼭 업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더라도, 꼭 말로 하는 대화가 아니더라도. 이건 일 얘기다! 하며 on/off하는 것보단 대화에 참여하는 내 태도에 대한 것이니까.

종종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오려는 순간이 있긴한데 그럴 때마다 속으로 ‘들어, 일단 들어’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인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눈을 보는 습관이 있어, 듣는 동안 상대방의 눈만 뚫어져라 쳐다보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ㅎㅎ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음~하는 추임새도 넣는 나름의 노력도 곁들이고 있다.

공개적으로 본인의 오류 인정하기 - PM님으로부터

PM님은 본인이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으면 “이 부분은 제가 잘못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라고 정확히 인정하고, 이로 인해 야기된 혼란이 있었다면 사과를 하고 넘어가신다. 덕분에 혹여나 길을 잃을 뻔한 대화도 깔끔하게 커브를 돌며 정리되고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다음 단계를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

인정하기.. 이것도 말만 들으면 쉬워보이지만 같은 상황에서 “아 그래요?”나 “아..!” 라고 깨닫는 혼잣말을 넘어 본인이 잘못 파악한 부분을 정확히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않았다. 왜 그럴까 고민해봤는데.. 대화의 과정보단 결과,해결에만 집중하다보면 놓치게 되는 것 아닐까?

업무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결과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야한다. 대화를 해나갈 때의 한정된 에너지를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도 넉넉히 나눠줘야한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것들

가장 일상적인 대화인 데일리 스크럼, 기획자님과의 대화,팀 회의에서부터 내가 잘못 파악한 부분이 있다면 “아..!”라고 깨닫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 부분은 제가 잘못 생각했어요.”라는 말이 바로 나오도록 평소에도 틈틈이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이렇게 행동해야지’ 자주 자주 생각하며 시뮬레이션해야 해당 상황을 마주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지금껏 생각해온대로 행동하지 않을까.